[조선일보] 미술관서 놀던 경제학자, 국내 전시 새 길을 열다 2018.04.26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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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의 회사에서 만난 홍성일 GNC미디어 대표는 “미술 작품은 문명을 설명하는 한 권의 책”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佛 최고훈장 '레지옹 도뇌르' 받은 홍성일 GNC미디어 대표] 

국내 첫 전시 기획 전문회사 차려… 전시 24건·관람객 680만명 유치
"원본 작품만 소개한 게 내 자부심"


밀레의 '이삭줍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미로의 '블루' 등 널리 알려진 서양 명화들이 그의 손을 거쳐 국내에 소개됐다. 전시 기획 전문 회사인 GNC미디어 홍성일(60) 대표 이야기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0일 홍 대표에게 "프랑스 최고 걸작들을 한국 관람객이 직접 만나볼 수 있게 하는 전시를 기획해 양국 간 문화·예술 교류에 크게 기여했다"며 국가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Legion d'Honneur)'를 수여했다.

최근 만난 홍 대표는 "내가 기획한 국내 전시 명화는 모두 복제품이 아닌 원본"이라며 "세계 걸작을 원본 작품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자부심"이라고 했다. 그가 성사시킨 국내 대형 전시는 24건, 유치 관람객 680만명에 달한다.


그는 본래 경제학자다. 1983년 파리로 건너가 파리 제5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따기까지 10년을 공부했다. 미술을 잘 모르던 그에게 미술관은 학교 주변에 쉽게 갈 수 있는 '놀이터'였다. 홍 대표는 "한국인 유학생도 거의 없던 시절이라 시험공부로 힘들 때면 학교 주변 오르세미술관이나 루브르박물관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었다"며 "너무 많이 가서 복잡한 박물관 구조를 완전히 외울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미술관 구경이 끝나면 인근 술집을 드나들며 포도주를 마셨다. 술자리에 미술을 공부하는 프랑스 대학생들이 놀러 와 자연스레 친분을 쌓았다. 그렇게 친해진 친구 중엔 루브르박물관장을 지낸 앙리 루아레트(66) 등이 있다.

한국에 돌아와 대학 강의를 나가던 그는 위계적인 학계 분위기에 회의를 느꼈다. 진로를 선회해 1993년 국내 최초의 전시 기획 전문 회사를 설립했다. 프랑스 인맥을 활용해 관심 영역이던 미술관 전시 사업을 하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홍 대표는 1998년 사재까지 터는 등 30억원을 끌어모아 오르세미술관 전시에 모두 쏟아부었다. "서양 미술관 기획 전시는 국내 최초일뿐더러 당시는 외환 위기라 가족마저 만류했다"고 했다.

2년 준비 끝에 내놓은 전시는 대성공이었다. 2000년 열린 '오르세박물관 한국전-인상파와 근대미술'은 관람객 32만9000명을 모았다. 이후 피카소전, 샤갈전 등 국내 대형 미술 전시회가 줄을 이었다. 그는 미국 유명 3D 애니메이션 회사인 '픽사' 작품 전시회, 영화감독 팀 버튼을 내세운 전시회, SF영화 거장 '스탠리 큐브릭전' 등 현대 미디어 관련 전시도 열었다.

홍 대표는 미술 작품을 "문명을 설명하는 한 권의 책"이라고 표현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적자를 본 전시는 없다"며 "더 많은 전시를 기획해 그간 받은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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